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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한강 - ★★★

 


  채식주의자 - 주인공인 영혜는 어느날 갑자기 이상한 꿈을 꾼 후로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평범했던 영혜는 그날 이후 '나'(남편)의 중요한 회식자리에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분위기를 초 치는가 하면 처갓집에서 억지로 고기를 먹이려는 가족들(특히 아버지)의 강압적인 태도에 손목을 긋기까지 한다.

 

  몽고반점 - 최근 집안모임에서 기이한 행동을 보인 영혜의 엉덩이에 몽고반점이 남아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형부는 예술적 영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후 식물이 될 것마냥 아무것도 먹지 않아 말라 비틀어가는 영혜를 설득하여(사실 설득이랄 것도 없었지만) 온몸에 꽃과 줄기를 그린 채로 영혜와 하나가 되는 모습을 영상에 담는다. 그리고 이 작품을 언니지만 영혜와는 너무나도 다른, '늘 현실을 위해 억척같이 살아온(견뎌온)' 아내에게 들키게 된다.

 

  나무불꽃 - 이 장면을 목격한 '나'(영혜의 언니)는 영혜를 정신병원에 입원시켰지만 그 후로도 영혜는 달라진 것 없이 고기와 먹을 것을 거부한다. 영양을 거부하며 나무처럼 물만 먹고, 나무가 되겠다며 물구나무를 서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결국 영혜는, 나무가 된 것일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순 없지만 글 자체의 흡입력으로 금방 읽히는 책이었다. 다 읽고 나서도 주제가 뭔가 싶을 정도로 의아함이 들었지만, 나와 '다른 것', 그리고 세상이 일반적이라고 규정한 것과 '다른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폭력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령, 고기를 억지로 먹이려고 영혜의 양팔을 붙든다거나 하는 강압적인 모습도 폭력으로 볼 수 있겠지만, 고기를 단지 안 먹을 뿐인데 그녀를 채식'주의'자라고 명명하는 태도와, 속옷을 차지 않은 그녀의 모습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 역시 폭력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어떤 사람에 대해 내 나름으로 그 사람을 인식하고 받아들인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 아닌가 싶다. 내가 받아들인 그는 온전한 그 자신이 아니라 나에 의해 판단된 누군가일테니까..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했다고 해서 세간이 떠들썩했지만 아무튼 나에게는 어려운 책인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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