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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장강명 - ★★★



  내 나이 또래의 평범한 직장인 여성 계나는 한국이 싫어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떠난다. 호주에서 여러 위기를 겪으며 치열하게 정착하고서도, 한국에서의 남들보다 조금 나은 삶을 선택할까 잠깐 고민하지만 결국 계나는 자신이 더 가치를 두는 행복을 따라 완전히 호주인이 되고 만다.


  소설에서는 계나와는 가치관이 너무도 다른 남자친구 지명이 등장하는데, 지명은 매일 회사생활에 지쳐있으면서도 내가 기자가 됐다는 자부심 같은 게 본인의 행복감을 좌우하기 때문에 스스로 괜찮다고 만족하며 살아간다. 이 책에서 말하는 "자산성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즉, 행복자산의 이자가 높아서 뭐 하나를 성취하면 그 기억이 계속 남아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낀다. 지명은 자신이 힘들게 기자가 된 그 성취감과 기억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행복자산의 이자가 낮아, 순간의 스릴에 더 가치를 두는 엘리 같은 사람은 "현금흐름성 행복"을 중요시한다.

  계나는 이 두 가지 모두가 적절하게 필요한 평범한 사람인데 한국에선 이를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한국을 떠난 것이다. 가령 미연과 은혜처럼 시어머니나 회사를 욕한다고 해서 삶이 더 나아지지 않는데(자산성 행복이나 현금흐름성 행복이 커지지 않는데) 당장 그곳을 떠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몇 년이 지나도 같은 불평만 반복하면서도 현실을 벗어날 자신이 없는 친구들은 결국 우리의 거울이나 다름없다.


  제목만으로는 현실비판적 성격이 강한 소설 정도로만 느껴지는데, 실제로는 계나나 주변인물들이 겪는 에피소드들이 매우 흥미롭다. 그래서 표백에서 느꼈던 비판의식이 좀 덜 와닿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장강명 작가의 위력을 다시끔 느낀 게, 책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잘 읽힌다. 어쩜 이리 글을 잘 쓸까 존경스럽고, 그 안에서 글쓰는 사람으로서의 사명감이라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오늘부터(사실 표백 읽었을 때부터 뻑 감) 작가님의 팬이 되기로 하였다. 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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